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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비아
국어사전은 ‘귀가 얇다’는 말을 ‘남의 말을 쉽게 받아들인다’는 의미로 쓰이는 관용구라고 설명한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말을 쉽게 받아들여 이리저리 흔들리는 사람을 귀가 얇은 사람이라고 말한다. 사람에 따라 귀가 얇은 사람이 있는 반면 귀가 두꺼운 사람이 있다. 즉 사람들의 말을 듣고 쉽게 이리저리 흔들리는 주관이 없는 사람이 있는 반면, 다른 사람의 말을 도무지 듣지 않고 자신의 관점을 굽히지 않는 소신 있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자세히 생각해보면 정도의 차이일 뿐 처음서부터 끝까지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는 사람은 드물다고 할 수 있다. 아무리 굳은 결심과 소신을 가진 사람일지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그와 같은 결심과 소신은 사람들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 비록 처음에는 자신의 소신을 지켰을지라도 지속적으로 영향을 받으면 변할 수밖에 없는 것이 세상의 이치이다. 따라서 한 사람의 훌륭한 사람은 그 한 사람이 노력한 결과가 아니라, 주변의 사람들 또한 선한 영향을 미쳤기에 가능할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성경에서 훌륭한 신앙의 흔적을 남긴 사람들을 많이 찾아 볼 수 있다. 우리가 성경을 통해 훌륭한 신앙인들을 발견하고, 그 신앙인들이 훌륭한 신앙을 갖게 된 배경에 대해 주목하여 닮고자 노력하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에 중요한 또 하나의 사실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훌륭한 사람의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왜냐하면 앞서도 말했듯이 아무리 굳은 결심을 가진 사람일지라도 주변에서 도와주는 사람이 없으면 그러한 업적을 갖기 힘들다고 보기 때문이다. 즉 훌륭한 신앙인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그 사람 주변에 훌륭한 신앙인이 선한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압비아가 그런 사람이다. 성경은 빌레몬 바로 다음에 압비아에 대해 언급한다. 그리고 압비아는 자매라고 표현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압비아가 빌레몬과 아주 가까운 사람으로 빌레몬이 속해 있는 교회에 상당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추정해 낼 수 있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듯이 빌레몬서는 사도 바울이 빌레몬의 이전 종이었던 오네시모를 다시 빌레몬에게 돌려보내면서 쓴 편지이다. 당시 사회의 여건 상 자신의 종이었으며, 죄를 지고 도망쳤던 오네시모가 다시 주인에게로 온다는 것은 신분상 매우 불이익을 당할 수밖에 없었다. 다시 말하면 오네시모는 빌레몬의 처리 여부에 따라 생사가 갈릴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는 것이다. 혹시 빌레몬이 오네시모를 용서하리라고 결정했더라도 주변 사람들 중 하나였던 압비아, 빌레몬과 교회에 대단한 영향을 미치고 있던 압비아가 오네시모에 대해 부정적으로 판단하고, 이를 빌레몬에게 영향을 끼쳤다면, 빌레몬 또한 영향을 받아 오네시모를 용서하지 않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압비아는 그렇게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결국 예수님을 영접한 후 완전히 변화 받은 빌레몬 주변에는 또한 그리스도로 인해 완전히 변화 받은 압비아가 있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이전에 죄인이었던 오네시모를 살리는 결과로 나타났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용서 받은 오네시모가 사도 바울에게 뿐만 아니라, 초대 교회에서 위대한 사명을 감당하여 하나님과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영광을 드러냈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동일한 조건에서 상대방에 대해 긍정적으로 말할 수도 있고, 부정적으로 말할 수도 있다. 이 차이는 백지 한 장의 차이도 되지 않을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결과는 한 사람의 생명을 살릴 수 있을 만큼 엄청나다. 우리 모두는 다른 사람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 살고 있다. 그러므로 단 한 마디의 말이라도 선한 말, 믿음의 말을 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영호 교수(한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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